창세기 1장 1–10절 — 태초에 하나님이 창조하시니라
창조를 연구할 때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어떻게’만이 아니라 ‘본문은 무엇을 말하는가’입니다.
성경 본문은 저작권을 고려해 전문을 복제하지 않고 구절의 위치를 안내합니다. 본문을 함께 펴 놓고 읽어보세요.
1절 —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히브리어 성경은 ‘베레쉬트 바라 엘로힘’으로 시작합니다. 베레쉬트(בְּרֵאשִׁית)는 시작에 관한 말입니다. 전통적인 번역은 ‘태초에 하나님이 창조하셨다’지만 ‘하나님이 창조하기 시작하셨을 때…’처럼 이어 읽는 문법적 견해도 있습니다. 칠십인역의 번역과 익숙한 문맥에 비추어 전통 번역을 지지할 수 있으나, 두 견해가 논의된다는 사실은 밝혀야 합니다.
‘태초’는 하나님 자신의 기원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이미 계신 분으로 등장하며 피조세계의 출발점이 하나님께 있음을 선언합니다. 엘로힘(אֱלֹהִים)은 형태상 복수형이지만 뒤의 ‘창조하셨다’(בָּרָא, 바라)는 단수 동사이므로 여러 신들이 함께 만들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엘로힘의 복수 형태만으로 삼위일체를 증명하는 것도 원어의 용법을 넘어섭니다.
바라(בָּרָא)는 하나님의 창조 활동을 나타내지만 이 동사 하나가 ‘아무 재료 없이’라는 뜻을 항상 포함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로부터의 창조는 요 1:3, 골 1:16 등 성경 전체와 신학적 논증을 통해 살펴야 합니다. ‘하늘과 땅’은 반대되는 두 끝을 들어 전체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여기서는 온 피조세계를 뜻합니다.
2절 — 혼돈과 공허, 어둠과 깊은 물
‘토후 바보후’(תֹהוּ וָבֹהוּ)는 아직 질서가 잡히지 않고 채워지지 않은 상태를 나타냅니다. 하나님께 반역하는 악의 세력이라고 본문이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1–3일의 질서 형성과 4–6일의 채움이라는 구조와 함께 읽으면 생명이 살도록 준비되어 가는 세계가 보입니다.
‘땅이 혼돈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읽고 그 사이에 사탄의 타락과 이전 세계의 파괴를 놓는 간격설이 있지만, 히브리어 문맥은 3절 앞의 상태를 묘사하는 것으로 읽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본문에 이전 세계의 심판이 직접 기록되어 있지 않으므로 재창조 이야기를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깊음’(תְּהוֹם, 테홈)은 깊은 물을 가리키며 하나님과 경쟁하는 바다 신이 아닙니다. ‘어둠’ 역시 여기서는 먼저 물리적인 어둠이지 곧바로 사탄이나 악을 뜻하지 않습니다. ‘루아흐 엘로힘’(רוּחַ אֱלֹהִים)은 ‘하나님의 영’, ‘하나님의 바람’ 등으로 논의됩니다. ‘감돌다’에 해당하는 메라헤페트(מְרַחֶפֶת)는 신 32:11의 새가 맴도는 모습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하나님의 영으로 읽는 견해가 유력하지만 이 한 구절만으로 삼위일체 교리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3절 — 말씀으로 빛이 생기다
‘예히 오르’(יְהִי אוֹר, 빛이 있으라)와 ‘바예히 오르’(וַיְהִי־אוֹר, 빛이 있었다)가 거의 나란히 놓여 하나님의 명령과 성취를 강조합니다. 시 33:9도 하나님의 말씀과 창조를 연결합니다. 요 1:1–3과 골 1:16은 더 넓은 신약의 관점에서 창조를 그리스도와 연결합니다. 그러나 창세기 1장 자체의 언어와 신약의 신학적 해석을 구분하면서 읽는 것이 좋습니다.
해와 달은 넷째 날에 등장하지만 빛은 첫째 날에 나옵니다. 빛의 물리적 근원이 하나님의 영광인지, 아직 보이지 않는 태양인지, 어떤 현대 물리 현상인지 본문은 설명하지 않습니다. 본문이 명시하는 것은 빛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나타났으며, 창조 이야기가 광명체를 하나님보다 독립적인 힘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4절 — 좋았더라, 빛과 어둠의 구별
토브(טוֹב, 좋다)는 보기 아름답다는 뜻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지으신 질서가 선하고 합당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담습니다. 다만 ‘좋다’의 의미를 특정한 기능성 하나로 좁힐 필요는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둠을 없애기보다 빛과 어둠을 구분하십니다. 이후 성경에서 빛과 어둠이 선악의 비유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그것을 여기까지 그대로 소급해 ‘어둠 자체가 악’이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5절 — 저녁과 아침, 한 날
하나님께서 빛을 낮, 어둠을 밤이라 부르십니다. 이름 붙이기는 창조 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권위와 질서를 드러냅니다. 히브리어 욤 에하드(יוֹם אֶחָד)는 문자적으로 ‘한 날’이라는 표현이고, 뒤에서 둘째·셋째 날을 세는 표현이 이어집니다.
욤은 문맥에 따라 낮 시간, 하루, 특정한 때, 더 긴 기간을 뜻할 수 있으므로 사전적 의미 하나로 창조의 날을 결론 내리면 안 됩니다. 창세기 1장에 나오는 저녁과 아침, 날짜의 순서, 출 20:11의 주간 안식과의 연결은 평범한 날의 연속이라는 독해를 뒷받침합니다.
그러나 장 전체의 문학 구조와 일곱째 날의 의미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은 1–10절까지의 검토이므로 창조의 날과 우주의 연대에 관한 최종 판단을 서두르지 않습니다.
6절 — 궁창이 물을 나누다
라키아(רָקִיעַ)는 흔히 ‘궁창’, ‘넓게 펼쳐진 것’, ‘expanse’로 번역되는 말입니다. 8절에서 하나님께서 그것을 ‘하늘’이라 부르십니다. 사람이 바라보는 하늘과 공간을 가리키는 문맥이 중요합니다.
이를 단단한 돔으로 이해하는 해석과 하늘의 공간으로 이해하는 해석이 있습니다. 고대 근동의 우주관을 고려할 필요가 있지만, 본문이 궁창의 재료나 상세한 물리 구조를 설명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핵심 행동은 물의 영역을 나누는 것입니다.
7절 — 하나님이 만드시니 그대로 되었다
여기 사용된 히브리어 ‘아사’(עָשָׂה, 만들다)를 1절의 바라와 지나치게 구분해서 ‘바라는 오직 무에서, 아사는 기존 재료에서’라고 규정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을 만들자고 하신 26절과 창조하셨다는 27절에도 두 표현이 나란히 사용됩니다.
‘위의 물’은 대기 중의 물, 하늘 위의 물, 고대인의 상상 속 물의 영역 등으로 해석됩니다. 본문에 없는 전 지구적 수증기층이나 정밀한 우주 구조를 확정할 근거는 부족합니다. ‘그대로 되니라’는 명령이 실현됐다는 점을 다시 강조합니다.
8절 — 궁창의 이름을 하늘이라 부르시다
샤마임(שָׁמַיִם)은 문맥에 따라 눈에 보이는 하늘, 천체의 영역, 신적 처소를 표현하는 하늘 등 다양한 범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1절의 ‘하늘과 땅’과 8절에서 궁창에 붙이는 ‘하늘’은 의미 범위가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소라 히브리어 본문에는 둘째 날의 ‘좋았더라’가 없고 칠십인역에는 그 문장이 있습니다. 칠십인역의 표현이 반복 형식을 맞추는 과정에서 확장되었을 가능성이 논의됩니다. 둘째 날에 그 표현이 빠진 이유는 본문이 직접 설명하지 않습니다. 셋째 날의 완성과 연결하는 해석은 가능하지만 확정된 사실은 아닙니다.
9절 — 물이 모이고 마른 땅이 드러나다
하나님이 물의 경계를 정하심으로 육지가 드러납니다. 시편 104:6–9과 욥기 38:8–11 역시 바다의 경계를 정하시는 하나님을 묘사합니다. 바다는 하나님과 경쟁하는 신이 아닙니다.
‘나타나라’라는 표현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모든 땅의 물질이 9절에 처음 생겼다는 설명이라기보다, 물에 가려 있던 마른 땅이 드러나는 장면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10절 — 땅과 바다를 이름 지으시다
1절의 ‘땅’과 10절의 ‘땅’에는 같은 히브리어 에레츠(אֶרֶץ)가 쓰이지만, 1절은 전체 피조세계의 땅을 말하는 맥락이고 10절은 바다와 구분된 마른 육지를 뜻합니다. 원어는 사전의 단일 뜻이 아니라 문맥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좋은 예입니다.
하나님은 땅과 바다에 이름을 붙이고 그 질서를 좋게 보십니다. 다음 단락에서 식물과 생명체가 등장할 준비가 이루어집니다. 1–10절 전체에서 분명한 것은 하나님이 창조주라는 사실, 말씀과 성취, 질서의 구별과 선함입니다. 본문은 모든 물리 과정을 설명하지 않으며 2절에 사탄의 타락을 넣을 직접적인 근거도 없습니다.
창세기 1장 1–10절은 창조의 주도권이 하나님께 있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질서가 형성된다고 증언합니다. 창조의 모든 과학적 과정을 설명하는 본문은 아니며, 그럴듯한 해석이라도 본문에 없는 내용을 사실로 단정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삶에 적용해 보는 질문
아래 질문은 묵상을 돕기 위한 것입니다. 실제로 경험한 간증인 것처럼 꾸미지 않으며, 작성자 본인의 묵상은 확인 후 추가합니다.
근거 및 더 읽을 자료
본문 내용의 연관 구절과 참고 자료입니다. 각 출처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본문과 대조할 것을 권합니다.
01Genesis 1 — Masoretic Hebrew text (Mechon-Mamre)02Genesis 1 — NET Bible textual and translation notes03Gordon J. Wenham, Genesis 1–15 (Word Biblical Commentary)04BibleProject — Book of Genesis